MOM 투표가 팀 분위기를 바꾸는 방식
MOM 투표를 「잘한 사람을 뽑는 일」로만 보면 굳이 할 이유가 없습니다. 누가 잘했는지는 대체로 다들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투표를 시작한 이유는 달랐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야기가 누구에게 가는지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몇 번 접고 몇 번 고쳤습니다.
경기 뒤 이야기가 득점자에게만 몰리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팀을 만든 지 6개월쯤 됐을 때, 경기가 끝나면 대화가 2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몰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날 수비에서 버틴 선수나 계속 뛰어 준 선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투표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이름만 받았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득점자만 뽑혔습니다. 이름만 적게 하면 머릿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장면을 고르게 되고, 그 장면은 거의 언제나 골입니다.
다음 달부터는 왜 그 선수를 뽑았는지 한 장면을 함께 적도록 바꿨습니다. 이 한 줄이 투표 자체보다 중요했습니다. 이유를 적으려면 골 말고도 기억나는 장면을 떠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개 거수는 앞사람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처음에는 경기가 끝난 직후에 모두 앞에서 손을 들게 했습니다. 간편했지만 금방 접었습니다. 12명 중 앞쪽 5명이 고른 선수에게 뒤쪽 선수들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받습니다. 경기 당일 오후 6시까지 감독에게 비공개로 1명과 이유를 보내고, 다음 날 득표 결과와 주요 이유를 공유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하루를 두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경기 직후에는 마지막 쿼터 장면만 남아 있는데, 몇 시간이 지나면 경기 전체를 돌아보게 됩니다.
몰표는 막지 않고 투표 기준을 넓혔습니다
운영하다 보면 반드시 몰표가 나옵니다. 공격수 A선수가 4주 중 3주를 받았고, 한 주에는 13표 중 10표를 가져갔습니다.
여기서 억지로 다른 선수를 당선시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투표 자체가 의미를 잃습니다. 대신 다음 투표 안내문을 고쳤습니다. 득점 말고도 수비 복귀나 동료를 살린 패스 같은 장면도 투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실제로 초기 6경기 중 5번은 득점한 선수가 받았습니다. 흐름이 바뀐 것은 0대0으로 끝난 날이었습니다. 골키퍼 B선수가 결정적인 슈팅 3개를 막아 12표 중 7표를 받았고, 경기가 끝난 뒤 감독이 그 장면을 짚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수비 기여가 투표 이유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도 못 받은 선수에게 상을 돌리지는 않습니다
반년 동안 한 번도 받지 못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두 번쯤 웃으면서 자기는 후보도 안 되냐고 말했는데, 농담처럼 꺼냈지만 신경 쓰고 있다는 뜻으로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돌아가면서 상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순번으로 주는 상은 받는 사람도 압니다. 대신 그 선수가 공을 잃은 동료 대신 세 번 복귀한 장면처럼 실제로 한 일을 경기가 끝난 뒤에 구체적으로 말해 줍니다. 투표로 해결할 일과 말로 해결할 일을 나눈 것입니다.
반대 방향으로 효과가 난 날도 있었습니다. 1대0으로 이긴 날, 결승골을 넣은 선수가 아니라 막판 10분에 상대 역습을 두 번 끊은 중앙 수비 C선수가 MOM을 받았습니다. 다음 경기 집합 때 공격수가 C선수에게 지난번에 뒤에서 다 막아 줬다고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수비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자기가 한 일을 동료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입니다.
친분 투표 이야기가 나오면 규칙부터 손봅니다
친한 선수 3명이 서로에게 표를 줬다는 농담을 했다가, 다른 선수가 실력보다 친분 아니냐고 받아치면서 분위기가 어색해진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을 탓하면 더 나빠집니다. 다음 경기부터 두 가지를 바꿨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표는 제외하고, 선택 이유는 반드시 적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끝까지 공개하지 않습니다. 득표수와 이유만 남습니다.
누가 누구를 뽑았는지가 보이지 않으면 관계를 따지는 대화 자체가 줄어듭니다.
상품을 없애니 플레이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처음 4주 동안은 회비에서 5천 원 상당의 음료를 상품으로 줬습니다. 그런데 그날 경기에 나오지 않은 선수 2명이 회비로 특정 선수만 챙기는 것이냐고 말했습니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회비의 성격이 문제였습니다(회비를 어떻게 쓰는지는 회비 글에 열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상품을 없앴습니다. 지금은 이름과 선정 이유만 남깁니다. 그러고 나니 대화가 바뀌었습니다. 무엇을 받았는지가 아니라 어떤 플레이를 인정받았는지를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한다면 두 가지를 바꾸겠습니다. 자기 투표는 처음부터 제외하고, 1명에 대한 투표와 별도로 다른 선수의 좋은 장면 1개를 따로 받겠습니다. 13표 중 10표가 한 선수에게 몰려도 나머지 선수의 기여를 함께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별도 언급은 표에 합산하지 않습니다. 합산하면 MOM 기준이 흐려집니다.
정리하면
- 이름만 받으면 득점자만 뽑힙니다. 왜 뽑았는지 한 장면을 함께 받으십시오.
- 공개 거수는 접으십시오. 12명 중 앞쪽 5명을 뒤쪽이 그대로 따라갑니다.
- 몰표가 나와도 억지로 돌리지 말고 투표 기준을 넓히십시오. 0대0 경기의 골키퍼가 전환점이었습니다.
- 못 받는 선수는 투표가 아니라 경기 뒤 구체적인 말로 챙기십시오. 순번 상은 본인이 압니다.
- 친분 이야기가 나오면 자기 투표 제외, 이유 필수, 투표자 비공개 세 가지로 손보십시오.
- 상품은 없는 편이 낫습니다. 회비로 주는 순간 안 나온 선수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MOM 투표가 팀을 바꾸는 지점은 누가 상을 받느냐가 아닙니다. 매주 12명에서 13명이 경기 장면을 하나씩 떠올려 적는다는 것 자체입니다. 그 습관이 쌓이면 골을 넣지 않은 선수도 이야기 안에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