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경기를 할지 말지 — 오전 5시 30분의 판단
매주 일요일 오전 5시 30분, 경기를 할지 말지를 정합니다. 시각은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수량 몇 mm 이상이면 취소" 같은 숫자 기준은 지금도 없습니다. 이 글은 그 숫자를 못 만든 이유부터 적겠습니다.
오전 5시 30분에 보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기상청 단기예보 앱에서 강수확률과 시간당 강수량 예보를 보고, 레이더 화면에서 비구름이 구장 쪽으로 오는 중인지 지나가는 중인지를 보고, 마지막으로 창밖으로 직접 하늘을 봅니다. 문제는 이 셋이 자주 엇갈린다는 것입니다. 예보는 강수확률 70퍼센트인데 레이더에는 비구름이 안 보이는 날이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감(感)으로 넘어갑니다.
숫자 기준을 못 만드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공 구장이라 배수 상태가 구장마다 달라서, 같은 강수량이어도 결과가 다릅니다. 둘은 경기가 성립하는 최소 인원이 14명인데, 애매한 날씨에 몇 명이 "그냥 안 나가겠다"고 빠지면 날씨와 무관하게 경기가 안 되는 경우가 섞입니다. 날씨 기준만으로는 통제가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호회 규모에서는 "비가 온다/안 온다"를 묻기보다 "그라운드 상태가 다칠 수준인가"로 질문을 바꾸는 쪽이 현실적 입니다.
틀렸을 때의 비용은 양쪽이 다릅니다
취소했는데 날씨가 갰을 때의 손실은 "그날 못 뛴 아쉬움" 정도입니다. 반대로 강행했는데 쏟아졌을 때의 손실은 부상·구장 훼손·선수 이탈로 더 큽니다. 그래서 애매하면 취소 쪽으로 기우는 것이 합리적인 디폴트입니다.
다만 이것도 "몇 번 중 몇 번 틀렸는지"를 기록해야 다음 판단이 늡니다. 지금 이 팀은 그 기록 자체가 없습니다. 몇 번 취소했는데 날씨가 괜찮았는지, 몇 번 강행했는데 쏟아졌는지를 세어 본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 숫자가 없으면 "애매하면 취소"라는 원칙이 맞는지조차 검증할 길이 없습니다. 다음에 할 일은 복잡한 기준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판단과 결과를 한 줄씩이라도 남기는 것입니다.
선불 구장비, 취소하면 돌려받을 수 있을까
구장비는 월 약 40만 원이고 선불입니다. 이건 경기 1회 단위 결제가 아니라, 공공 구장의 빈 시간대(일요일 오전 2시간)를 월 단위로 예약해 둔 구조입니다. 그런데 개별 경기를 우천으로 취소했을 때 환불·이월·소멸 중 무엇이 적용되는지는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공공 체육시설 예약은 보통 월 단위·회차 단위로 묶여 있어서, 우천으로 1회를 못 썼다고 그 회차만 환불해 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개 같은 달 안에 대체 사용을 허용해 이월해 주거나 아예 소멸시키는 쪽이 많습니다.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예약 주체의 우천 취소 조항이 있는지, 환불·이월 신청에 마감 기한이 있는지, 이월된 시간을 실제로 어느 요일· 시간대에 붙여 쓸 수 있는지입니다. 매달 40만 원을 선불로 내면서 이 세 가지를 모른 채 넘어가는 것은 구장비를 쓰는 팀이라면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새벽 사이의 1시간 10분
이 팀은 토요일 저녁에 이미 상대 팀 조율(오후 7시)과 쿼터 배분(오후 8시), 집합 공지 (오후 9시)까지 끝낸 상태에서, 일요일 오전 5시 30분에 최종 판단을 내립니다. 판단하는 사람은 감독이고, 알리는 창구는 토요일부터 써 온 같은 단톡방입니다. 오전 5시 30분 판단과 오전 6시 40분 집합 사이에는 1시간 10분의 여유가 있습니다. 출발 전에 공지가 닿도록 짜인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못 보는 사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알림을 꺼 둔 경우, 전날 늦게까지 안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 메시지를 늦게 보는 경우입니다. 이 구조적 허점을 메우려면 단톡방 공지 외에 "경기 성립 여부가 불확실한 날"에 한해 전화나 개별 문자를 쓰는 이중 경로가 필요합니다. 공지 한 줄을 띄우는 것과 그 공지가 닿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비 말고도 취소를 불러야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우천 판단 시각뿐이고, 한파·폭염·미세먼지·천둥에 대한 별도 기준은 만든 적이 없습니다.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이렇습니다.
- 천둥·번개는 즉시 취소합니다. 재량의 여지가 없는 안전 문제입니다.
- 폭염은 체감온도 33~35도 이상이면 아침 7시라도 위험합니다. 쿼터 시간을 줄이거나 급수 타임을 추가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 한파는 영하 날씨 자체보다 노면 결빙 여부가 더 중요합니다. 결빙이면 부상 위험이 비 오는 날보다 큽니다.
- 미세먼지는 건강에는 영향이 있지만, 눈에 안 보이면 괜찮다고 여겨 실제로 취소까지 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 네 가지 중 지금 이 팀에 문서화된 기준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걸 먼저 인정하는 것이, 다음에 기준을 만들 때의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