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뛰던 선수가 조용히 사라질 때
새로 온 선수가 두 번째 경기에 안 나오는 것은 눈에 보입니다. 명단에 이름이 한 번만 있으니까요. 어려운 쪽은 1년 넘게 함께 뛰던 선수가 서서히 사라지는 경우입니다. 이쪽은 어느 주에 떠났는지도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등록 선수는 40명 안팎인데 매주 실제로 오는 선수는 12명에서 13명입니다. 이 격차의 상당 부분이 떠났는데 떠났다고 말하지 않은 선수들입니다.
신호는 결석보다 먼저 옵니다
A선수는 1년 넘게 거의 빠지지 않던 선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출석이 아니라 경기가 끝난 뒤였습니다. 전에는 공을 주우면서 다음 주 상대가 누구냐고 물었는데, 어느 날부터 4쿼터가 끝나면 인사만 하고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그때는 일요일 아침 일정이 바쁜 줄 알았습니다.
B선수는 나오기는 했습니다. 다만 쉬는 쿼터에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전에는 교체 선수가 들어가면 자리를 알려 주던 선수인데, 그날은 25분 내내 신발 끈만 만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그날 컨디션 문제로 보고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둘 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음 경기에 대한 관심이 먼저 사라지고, 출석은 나중에 줄어듭니다. 출석표에 구멍이 보일 때는 이미 몇 주가 지난 뒤입니다.
물어보니 제가 짐작한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A선수가 3주 연속 빠진 뒤에 따로 연락해 이유를 물었습니다. 저는 출전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줄 알았고, 다음 경기에 위치를 바꿔 주겠다는 말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A선수의 답은 달랐습니다. 경기 중에 실수할 때마다 옆에서 나오는 말이 부담이었다고 했습니다. 누가 악의를 가지고 한 말도 아니었고, 그래서 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준비해 간 말은 꺼내지 못했습니다.
감독이 보는 것은 배치와 출전 시간입니다. 그 둘은 숫자로 남으니까요. 정작 선수가 그만두는 이유는 숫자로 남지 않는 쪽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물어보지 않으면 영영 모르는 채로 명단에서 이름만 지우게 됩니다.
붙잡으려던 방법이 오히려 밀어냈습니다
효과가 있었던 것은 A선수에게 당장 언제 나오겠느냐고 묻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 통화에서는 듣기만 하고, 2주 뒤에 안부만 한 번 더 물었습니다.
역효과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단톡방에 B선수를 지목해서 이번 주에는 꼭 나오라고 쓴 일입니다. 나중에 B선수는 사람들 앞에서 결석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더 싫었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는 결석 사유를 공개적으로 묻지 않습니다. 궁금하면 경기 끝나고 따로 짧게 묻습니다. 단톡방은 공지를 보내는 곳이지 해명을 받는 곳이 아닙니다.
이름이 40명이라는 안도감이 가장 위험합니다
단톡방에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출전 가능한 선수로 세지 않습니다. 8주 정도 얼굴을 못 보면 개인적으로 당분간 쉴 생각인지 확인합니다. 결석만으로 내보내는 규정은 두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에 명단을 펴면 이름은 40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오전 6시 40분에 서 있는 사람은 12명에서 13명입니다. 이름이 많다는 감각이 인원 확인을 미루게 만듭니다. 최소 14명이 필요한 팀에서 이것은 그대로 용병 연락이 늦어지는 일로 이어집니다.
한 사람이 빠질 때 옆자리도 같이 흔들립니다. A선수가 쉬기 시작하자 늘 경기장 입구에서 셋이 만나던 C선수와 D선수, 2명이 연달아 빠졌습니다. 남은 두 사람은 혼자 오는 것이 낯설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는 누가 빠지면 같이 다니던 선수에게도 먼저 말을 겁니다.
보내 주는 편이 맞을 때도 있습니다
B선수는 일요일 오전 7시라는 시간 자체가 생활과 맞지 않게 된 경우였습니다. 3쿼터를 뛰는 것보다 오전 6시 40분까지 오는 부담이 더 크다고 직접 말했습니다.
이럴 때 출석을 더 약속받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못 지킨 쪽은 미안해서 더 멀어집니다. 쉬겠다는 결정을 받아들이는 편이 낫습니다.
실제로 A선수는 2개월쯤 쉰 뒤에 돌아왔습니다. 복귀한 날 신경 쓴 것은 하나입니다. 그동안 왜 안 왔느냐는 질문이 여러 사람에게서 반복되지 않도록, 제가 먼저 평소처럼 쿼터 배분을 설명했습니다. 돌아오면 밀린 출석부터 해명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으면 한 번 쉰 선수는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 신호는 출석표보다 먼저 옵니다. 경기 뒤 대화가 줄고, 쉬는 쿼터에 혼자 있습니다.
- 이유는 배치나 출전 시간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숫자로 남지 않는 쪽을 물어보십시오.
- 결석 사유를 공개 자리에서 묻지 마십시오. 경기 끝나고 따로 짧게가 낫습니다.
- 단톡방 인원을 출전 가능 인원으로 세지 마십시오. 인원 확인이 늦어집니다.
- 돌아오기 쉽게 만들어 두십시오. 복귀한 날 해명을 시키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떠나는 것을 전부 막을 수는 없습니다. 생활이 바뀌면 사람은 떠납니다. 다만 말도 못 꺼내고 사라지는 경우는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차이가 반년 뒤 명단에 남습니다.